생후 18일째 아깽이 이야기
목차
1. 계속되는 설사와 갑자기 시작된 저체온증
2. 탈수가 걱정돼 먹인 설탕물, 기적적으로 기력을 회복한 막내.
1. 계속되는 설사와 갑자기 시작된 저체온증
끝없이 설사를 하는 와중에 엎친데 덮친 격으로 형제들과 잠시 떨어져 잠들었던 막내는 저 체온증 증상까지 보이기 시작했다. 새끼고양이한테는 설사와 저체온증 2가지 다 치명적으로 위험할 수 있는 요인이었고, 1시간마다 한 번씩 분유를 먹이고 있던 나로서는 단 한번 3시간을 자고 일어난 순간 막내가 미동 없이 초점 없는 모습에 가만히 있는 것을 발견했다.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 아무 미동 없이 머리가 너무 무겁다는 듯이 목도 겨우 가누면서 허공만 바라보고 있는 막내를 어찌해야 할지 몰라서 급히 내 몸의 가장 따뜻한 부위인 배 위에 놓고 따뜻한 이불로 감쌌다. 밥시간 때가 되면 누구보다도 큰소리로 울던 애가, 밥을 달라는 요구도 하지 않았고 먹으려는 미동도 보이지 않았다. 혹시 탈수증이 올까 봐 급히 인터넷을 검색하니 보리차에 설탕을 타서 입에 넣어 준 후에 기력을 차렸다는 것을 봤고 도움이 될까 싶어 급여할 설탕물을 만들었다.
2. 탈수가 걱정돼 먹인 설탕물과 그것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기적적으로 기력을 회복한 막내.
물:설탕 비율은 나와 있지 않아서 미친 듯이 검색했다.
**그냥 물보다는 보리차가 설사를 잡는데 더 좋다고 하여 보리차 3 : 설탕 1의 비율로 타서 급여했다.
주사기로 입에 설탕물을 흘려 넣어주는데도 억지로 먹이는 것에 저항도 없고 몸이 아무런 미동도 없었다.
다른 건 몰라도 분유가 담긴 주사기만 보면 허겁지겁 달려들던 막내가 분유 주사기를 가까이 가져가도 미동이 없다. 정말 이렇게 내 손을 떠나는 건가 하는 불안한 생각이 스쳤지만, 마음을 강하게 먹기로 했다.
약 반나절 소량의 설탕물을 입에 흘려 넣어주며, 기력을 회복하는지를 지켜보다가 병원을 가려고 마음먹고, 미동이 없는 와중에도 설사를 하고 있는 막내 몸에 탈수 증세가 오지 않도록 설탕물을 급여했다. 혹시 더 설사가 심해지면 현재 상황에 위급해질 수도 있을 듯하여 분유는 아주 소량만 급여했고 우선은 설탕물을 위주로 급여했다. 주말인 토요일이라서 동물 병원은 정말 비싼 응급 병원만 갈 수 있는 상황이었고, 막내가 기력을 회복할 기미가 안 보여서 더 나빠지기 전에 병원을 갔다. 신생묘 같은 작은 몸이라 이동장을 가져갈 필요도 없었고, 제일 따뜻한 수면 잠옷에 똘똘 소중히 싸서 데리고 가는 길..
아직 눈동자가 발달되지 않아 새까맣기만 한 눈을 가진 막냉이가 고개를 들고 나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보여서 보는 건지 모르겠지만.. 나도 막냉이한테 '나만 믿어. 내가 살려줄게'라고 마음으로 말해주고, 병원에 들어갔다.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보호자들은 대기실에서 기다리라고 하며 막내만 데리고 가버렸는데, 한참 뒤에 나타나서 새끼 고양이가 너무너무 작아서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하며, 항문 온도를 재보고 혈액을 채취해서 검사를 해 봤다고 했다. 혈관을 찾는 것도 쉽지 않았다고 하는데,, 그 말을 듣는데 안 그래도 기력도 없고 밥도 못 먹오 있는 애한테 피를 뽑다니.. 하는 걱정이 앞섰다.
혈액 검사로 알 수 있었던 건 우선 탈수 증상은 없다고 했고, 당 수치도 정상이라고 한다. 몸 온도도 정상. 집에서 소량으로 설탕물을 계속 먹여서 그런지 다행이었다.
그 외에 분유를 먹여보려고 했는데 전혀 먹질 않는다고 했고, 원하면 입원시켜 두고 가도 된다고 했지만 몸이 너무 작아서 수액을 맞춰 줄 수도 없다고 했다. 수액도 맞출 수 없고 밥도 잘 먹질 않는다는데 병원에 두고 가는 의미도 없었고, 두고 갔는데, 마지막 순간을 병원에서 마무리했다고 연락이 오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이 들었고 의사들은 나보다 바쁠 테니 가끔 들여다 봐주는 곳에 두는 것보다, 차라리 내가 집에서 일분일초 붙어서 돌보는 게 막냉이를 더 잘 돌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의사들도 수액을 맞출 수 없는 상황에서 차라리 집에서 봐주는 것이 훨씬 나을 거라고 했고. 무엇보다 병원 입원실에 놔두고 가는 게 왠지 전혀 전혀 내키지 않았다.
우선 탈수 증상은 없다는 것을 혈액 채취로 알게 됐고 그 외는 작아서 아무것도 검사할 수 없으니 알 수 있는 게 없고, 설사의 원인도 알 수 없다고 하는 얘기를 듣고 그에 대한 비용을 무려 15만 원을 내고 나왔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하우스 매이트가 자기 의견을 주는데, 듣자마자 반발심이 드는 말이었다.
본인은 이 작은 고양이한테 억지로 먹이면서 마지막까지 힘들게 하고 싶지 않다고 최대한 편히 보내주었으면 좋겠다는 것.. 이미 친구 눈에는 이 작은 애가 살 수 있는 가망성이 전혀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미동도 없이 밥도 먹질 않고 초점 없는 새까만 눈으로 가만히 허공만 쳐다보고 있으니..
하지만 나는, 내가 보여서 그런지 가만히 내 얼굴을 쳐다보고 있는 막내를 보니, 몸을 움직이거나 목소리를 낼 힘은 없지만.. 우선 살고 싶어 하는 것 같다고 느꼈고, 결론적으로 막내가 혹시 추울까 봐 자주 입으로 뜨거운 바람을 불어줬는데, 그때마다 아주 작게나마 골골거렸던 것을 들었다. 골골거린 것은 아무 미동도 없는 작은 몸으로 그나마, '내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것이 좋아요'라고 그나마 의사표시를 한 것으로 느꼈고, 계속해서 따뜻한 이불로 싸서 뜨거운 바람을 불어주었다. 잠시 눈을 붙일 때도 혹시나 몰라 막내 몸에 입을 붙이고 호흡을 불어주면서 잤고, 혹시 무슨 일이 있으면 바로 느끼고 일어나려고 얼굴을 붙이고 잤다. 옆에 딱 붙어서 막내만 돌보고 온 신경을 집중하니 정말 미세하게나마 기운이 살짝 나아진 것처럼 느껴졌다.
내가 그렇게 믿고 싶은 건지 정말 나아진 건지 확신은 없었지만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으니, 직감적으로 나빠지고 있진 않았다. 지금 내가 바짝 고생해서 일주일 정도만 잘 넘기면 건강해질 수 있다는 느낌이 강해졌다. 여전히 미동도 없이 억지로 입에 설탕물과 분유를 흘려 넣어 주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아주 미약하게나마 나아진 듯 한 그 느낌을 믿어 보고 싶었다. 나쁜 것은 생각하지 않고 살릴 수 있다는 믿음만 가지고서 철야하며 막내 옆에서 한시도 떨어지지 않았다. 하우스 매이트도 막내의 상태를 보러 들어왔고 들어올 때마다 살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의견을 주며, 한 번은 마지막 인사라고 인사를 나누는 모습에 참다가 참다가 화를 내게 되었다. 정말 미세하지만 한시도 떨어지지 않고 옆에 붙어 있다 보니 상태가 좋지 않은 것과 잠자는 것은 구분이 되었는데, 그날은 입에 흘려 넣어 준 분유를 먹고 그나마 폭-잠이 들어 있었던 날이었다.
늘어져서 미동도 없이 깊게 자고 있는 것을 보고 하우스 매이트는 막내에게 이제 정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오해한 모양이었다. 마지막 키스를 해주며 잘 가라고 마지막 인사를 나누며, 나한테도 마지막 인사를 해 주라고 하는 모습에 그만.. 잠도 자지 않고 돌보고 있던 나는 나도 모르게 화가 났다.
마지막 인사 제발 그것 좀 멈춰달라고 부탁했고, 난 지금 온 힘을 다해서 살리려고 하고 있는데 힘이 빠진다고 하자, 그 얘기를 듣고 나더니 룸매도 정말 미안해했다.
혹시 막내가 죽으면 내가 너무 충격받을 까봐 미리 내 마음을 미리 준비시키고 싶었기에 이 친구가 나름 나를 생각해서 그렇게 해 왔었던 것이었다고 했다.
그리고 이렇게 작은 몸을 마지막까지 고생시키기에 너무 미안하다고, 자신의 방법도 옳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여기서 친구와 나의 입장의 차이는, 난 막내한테 위기의 순간에 있지만 살 수 있는 가능성이 눈에 보였고, 친구 눈에는 그 가능성이 0% 였던 것이었다. 정말 마지막에는 무지개다리를 건널 것이라고 확신할 만큼 나빠 보였나 보다. 친구는 막냉이를 더 이상 고생시키고 싶지 않다고 자기는 더 이상 억지로 음식을 흘려 넣어주고 싶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내가 원한다면 마지막까지 분유를 계속 흘려 넣어주는 것도 반대하지는 않겠다고 했고, 난 계속해서 1시간마다 몸에 부담되지 않을 소량의 설탕물과 분유를 입에 흘려 넣어 주기로 결정했다. 먹는 것이 아니라 입에 흘려 넣어주면 억지로 삼키는 상황이라 힘들어하기는 했지만, 막내가 조금씩 조금씩 더 먹고자 한다고 느꼈다. 그렇게 1일 반 정도 지났고, 잠시 정말 잠시 눈을 붙였다가 일어나서 막내 입에 분유를 가까이 가져갔는데.. 그 순간 막내가 아주 조그만 목소리로 분유를 재촉하는 소리를 냈다. 목소리는 정말 작았고 쉰 목소리를 겨우 냈지만,, 정말 듣고 싶었던 밥 재촉하는 소리였다. 아주 작은 목소리를 낼 수 있을 만큼의 아주 조금의 기운이 돌아온 듯했다. 먹으려고 하는 의지는 살려고 하는 의지와 같았기 때문에, 주던 량의 분류보다 조금 더 주고, 트림, 배변 유도 해 주니 다시 잠들었다.
또 약 1-2시간 후에 다시 깨어났을 때 분유를 가까이 가져가니 아까보다 조금 더 또렷한 목소리를 냈다.
먹고 자고 일어날때마다 기력이 조금씩 회복되고 있었다. 약 4일째 되던 날, 처음 엄마 젖을 요구할 때 귀가 째지게 울던 목소리가 돌아왔다!! 거짓말처럼 기운이 돌아왔다!!
너무 기뻐서 이제 살았다고 친구한테 말했지만 그럼에도 친구는 여전히 살 수 있는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사람마다 자신의 의견이 다르니, 이대로 내가 잘 살려내야겠다는 마음만 강해졌다.
고양이 설사에 효과를 본 제품은 다음 글에 올려뒀으니 참고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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